만능이라는 컴퓨터의 헛소문을 쫓아가다보니...

김 경석, 정보 컴퓨터 공학부

1974 년 여름 방학. 서울에 있으면서, 뭐 좀 재미있는 일이 없을까 하다가 서울 공대의 컴퓨터 강좌를 보고, '이거다' 싶었다. 고등학교 때 신문에 컴퓨터는 만능 기계라고 소개한 글을 보고는 도저히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 때만 해도 컴퓨터가 몇 대 안 되고, 사람들이 컴퓨터를 거의 몰랐기 때문에, 지금 생각하면 허무맹랑한 말도 많았던 때였다. 그 여름에 배운 것이 FORTRAN 언어이다. 기계는 IBM 1130 기종이었고, 주기억 장치가 아마 32 KB 쯤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코딩 폼이라는 종이에 프로그램을 적어서 제출하면, 요즘 학생들은 본 일도 없는 천공 (punch) 카드에 천공수들이 그 프로그램에 따라 구멍을 내준다. 이걸 카드 읽는 기계가 읽어서 결과를 종이에 찍어준다. 프로그램 틀린 곳은 다시 천공 기계로 친 뒤 기계에 돌리고. 요즘은 프로그램이 틀리면 단말기에서 곧바로 고쳐서 또 돌려보지만, 그 때는 보통 하루에 한 번 실행시킬 수 있었다. 아침 일찍 가서 강의 듣고, 오후 내내 프로그램하고, 고쳐서 넣고, 틀린 것 어디 틀렸나 살펴보고. 그렇게 한 여름 내내 보냈다. 그렇지만 아주 재미있었다. 배워보고 나니, 고등학교 때 본 컴퓨터에 관한 신문 기사는 완전히 엉터리였음을 알게 되었다.

이제 컴퓨터를 만진 지 27 년이 되었다. 요즘은 인터넷과 한글 쪽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1982 년에 미국 유학을 갔을 때 벌써 인터넷의 원조인 ARPANET이 돌아가고 있었다. 충격적이었다. 1992 년에 부산대에 왔을 때만 해도 인터넷이 잘 되지 않았다. 그런데 컴퓨터 분야는 정말 빨리 바뀐다. 웹이 이렇게 널리 빨리 퍼지리라고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덕분에 인터넷 사용이 보편화되었다. 요즘은 인터넷 도메인을 영어와 숫자에 국한시키지 말고 각자 자기 나라 글자를 쓸 수 있게 하도록 하자는 주장이 몇 년전부터 나와서, 그런 데 활동하고 있다. 우리 같으면 pusan.ac.kr 대신에, 임시로 부산대.kr을 쓰고, 나아가서는 부산대.한국, 김경석@부산대.한국으로 쓰자는 것이다.

남북의 통일과 관련하여서도 정보 기술 쪽에서 통일해야 할 일이 있다. 국제 회의에 나라 대표로 가서 북쪽 대표들도 여러 번 만나보았다. 남과 북의 한글 가나다 차례가 다르고, 남쪽에서는 '한글' 이라고 하는데, 북쪽에서는 '조선말, 조선글'이라고 한다. 도이칠란트의 경우 통일되기 수십 년 전부터 동서 사이에 표준 정보를 교환하였는데, 우리는 이제 겨우 걸음마 단계이다. 이유는 잘 모르지만, 아직도 북쪽에서는 표준 문서를 남쪽에 거의 주지 않는다. 정보 기술 분야에서 남북 공동 표준을 한 번 만들어보는 것이 꿈이지만, 그 동안의 경험으로 보아서 쉽게 되지 않을 듯하다. 정치적 통일 말고도 분야별로 할 일이 많다.

교수 생활을 하면서 생각보다 너무 바쁘고 개인 시간이 적어서 고민이 많다. 현재는 학교에 시간을 너무 많이 쏟고 있다. 방학에도 너무 바쁘고. 또한 컴퓨터 분야는 너무 빨리 바뀌기 때문에 교수가 되어서도 계속 공부하기에 바쁘다. 요즘에는 컴퓨터 분야 학생들 취직이 잘 안 되어서 그것도 안쓰럽다. 그래도 한 번 부딪쳐 볼 만한 분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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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01.10.16 (화) 일자 부대 신문 (제 1222 호) 4 쪽 - <학문과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