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1988 년 미국 대학 교수 때부터 데이터베이스 강의를 해왔으니 이제 15 년이 되었다. 지은이가 이 책에 대하여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게 한 가지 있는데, "이 책은 대학원생 여러 명을 시켜서 대충(?) 만든 그런 책이 결코 아니라, 책 전체를 교수가 직접 한 자 한 자 정성 들여 썼다"는 것이다.

그 전에 출판사에서 지은이더러 데이터베이스 교재를 써 달라고 부탁하면, "어휴, 교재 하나 만드는 게 얼마나 힘든데요. 책이 많이 팔릴지도 잘 모르고. 그 동안 차라리 딴 연구하지요" 하고 거절하였다. 그런데, 강의를 해보면 해볼수록, 마음에 딱 맞는 교재가 있으면 학생들이 시간을 적게 들이고도 훨씬 쉽게 중요한 부분만을 공부할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이 자꾸 들기 시작하였고, 그래서 책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오랜 강의 경험으로, 어떤 주제는 학생들이 쉽게 이해하고 어떤 주제는 아주 힘들어하는지 잘 알고 있으므로,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곳이 어디인지를 알아서 마치 가려운 데를 긁어주듯이 이 책을 썼다.

이 책을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15 년 동안의 데이터베이스 강의 경험을 바탕으로, 3 시간 * 15 주간의 데이터베이스 시스템 과목에서 꼭 알아두어야 할 주제만을 중심으로 책을 만들었다. 다른 많은 책들을 보면, 책에 담긴 내용이 너무 많아서, 학부 학생들이 책을 처음 보는 순간 질려버려서 "아 이건 도저히 다 배울 수 없겠구나"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게 마련이다. 한글 책이든 영어 책이든 책이 600 쪽을 넘어가면, 어떻게 그걸 학부생이 한 학기 3 학점 강의에서 다 소화할 수 있겠는가? 그래도 책 이름은 대부분 introduction 또는 개론이다. 그 책 내용 가운데 반만 떼서 개론으로 하고, 나머지 부분은 중급 데이터베이스로 옮기는 게 좋을 듯 한데, 개론 책은 날로 두꺼워져만 간다.

둘째, 이 책은 학부의 컴퓨터 전공 학생을 일차적인 대상으로 하였다. 그러나 SQL도 잘 알고 실무 경험도 많지만 데이터베이스를 체계적으로 배운 적이 없는 일반인이라도 이 책을 하루 3 시간씩 3 주간만 공부하면 마칠 수 있다. 이론적인 부분과 이론을 적용한 보기가 아주 많아서, 4 년제 대학뿐 아니라, 2 년제 대학의 컴퓨터, 정보 통신 등의 전공 관련 학과의 교재로 알맞다. 다만, 완전히 사례 분석 및 실무 중심의 강의에서는 이 교재가 알맞지 않다고 보며, 사례 분석 중심의 데이터베이스 책은 따로 준비하고 있다.

셋째, 데이터베이스에는 이론적인 부분이 더러 있는데, 다른 책들을 보면 이론적인 풀이만 치중하고, 실제 보기는 많이 들지 않아서, 학생들이 이해한 듯 만 듯 어설프게 알고 지나가기 일쑤이다. 따라서 이 책에는 학생들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보기를 아주 많이 들었고, 또한 그 보기에 대하여 자세히 풀이하여 이론이 실제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잘 알 수 있도록 했다.

넷째, 영어 용어의 경우, 그런 용어가 나오게 된 배경이 있는데, 책에 보면 용어의 배경에 대한 풀이가 많지 않다. 이 책에서는 그러한 영어 용어가 나오게 된 배경을 될 수 있는 대로 많이 풀이하였다. 보기를 들어, 카티전 (Cartesian) 곱이라는 용어가 우리가 잘 아는 프랑스의 철학자요 수학자인 데까르뜨(Descartes, 1596-1650)의 이름에서 나왔다는 걸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리고 될 수 있다면 영어에 대응하는 한글 용어를 보여주려고 노력하였다. 영어 용어의 뜻도 모르고 쓰다가, 한글로 옮긴 용어를 보면, "아, 원래 영어 용어에 그런 뜻이 있었구나!"하고 놀라면서 훨씬 개념을 잘 파악하게 되는 수가 종종 있다.

이 책을 만들 때 프로그램으로 확인하고 사용자 설명서에서 세세한 사항을 확인할 때 도와준 유 영호, 이 종환, 정 일동, 옥 제영, 박 선미, 송 동주, 이 현주 대학원생에게 고마움을 나타내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출판을 맡아주신 한 길만 사장님과 편집을 맡아주신 편집부 직원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2004(4337) 년 9 월에, 부산 금샘 기슭에서 김 경석 씀